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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축농증 방치하면 뇌수막염 된다"… 수술 필요할까? [인터뷰]
끊임없이 콧물이 흐르는 증상을 환절기의 지나가는 알레르기나 단순 코막힘으로 여기고 방치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만성 비염과 축농증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이를 방치하면 염증이 눈과 뇌로 퍼져 안와염, 뇌수막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어 더 주의가 필요하다.
방치하지 않고 제때 치료받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최근에는 절개도 하지 않고, 회복이 빠른 내시경 수술로도 축농증의 치료가 가능해졌다. 비염과 축농증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원인과 증상부터 내시경 수술을 포함한 치료법과 증상 완화를 위한 생활 습관까지 이비인후과 전문의 김록영 원장(감성의원)에게 자세히 물었다.
q. 비염과 축농증, 증상으로 어떻게 구분하나요?
정말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시는 부분입니다. 비염과 축농증 둘 다 코에 생기는 문제라서 비슷하게 느껴지실 수 있는데요.
먼저 비염은 말 그대로 코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가장 흔한 게 알레르기 비염이죠.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가려움증 같은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특히 아침에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축농증(부비동염)은 얼굴뼈 안에 있는 부비동이라는 공간에 염증이 생겨서 고름이나 콧물이 고이는 상태예요. 그래서 증상도 조금 다릅니다. 누런 콧물, 코막힘, 얼굴 통증이나 압박감, 냄새를 잘 못 맡는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기침이나 가래까지 동반될 수 있습니다.
q. 코 막힐 때 머리 아픈 건 비염인가요, 축농증인가요?
코가 막히면 머리가 무겁거나 띵한 느낌, 집중이 안 되고 머리까지 아픈 증상을 같이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비염과 축농증 모두에서 이런 두통이나 압박감이 생길 수 있는데요, 통증의 양상이 다릅니다.
비염의 경우는 코 막힘 때문에 머리가 멍한 느낌, 집중이 잘 안되는 정도로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뭔가 멍하고 흐린 느낌이죠.
반면 축농증은 부비동 안에 염증이 차서 압력이 올라가면서 실제로 통증이 생깁니다. 특히 눈 밑, 이마, 관자놀이, 얼굴 앞쪽 등 정해진 부위가 욱신거리거나 무겁고 아픈 경우가 많고, 고개를 숙일 때 더 심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머리가 멍한 건 비염일 가능성이 높고, 특정 부위가 찌릿하거나 욱신거리는 통증이 있다면 축농증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q. 비염은 왜 생기나요?
비염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비염과 비알레르기성 비염입니다.
알레르기 비염은 말 그대로 알레르기 원인 물질에 몸이 과민 반응을 보이면서 생기는 거예요. 대표적인 원인은 집 먼지 진드기, 꽃가루, 반려동물 털, 곰팡이 같은 것들이고요. 유전적인 영향도 있어서 가족 중에 알레르기 체질이 있는 분들이 더 잘 생깁니다.
비알레르기성 비염은 알레르기 반응 없이도 생기는 비염이에요. 찬 공기, 매운 음식, 스트레스, 공해, 심지어는 향수 냄새 같은 것에도 반응해서 콧물이 나거나 코가 막힐 수 있습니다.
q. 비염은 어떻게 치료하나요?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언제인가요?
비염 치료는 크게 약물 치료, 생활습관 개선, 그리고 필요시 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어요.
일반적인 알레르기 비염은 약물 치료가 기본입니다.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스프레이 같은 약을 사용하고, 알레르기 원인을 가능한 한 피하면서 집안 청소, 침구 관리, 공기청정기 사용 등 생활 습관 조절도 병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치료를 꾸준히 해도 코 막힘이 너무 심하거나 한쪽만 계속 막히고 숨쉬기 힘든 경우에는 코안의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비중격 만곡증이나 하비갑개 비대가 대표적입니다.
이럴 땐 수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수술은 코안을 교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절개도 거의 없고 회복도 빠른 편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수술을 권하는 건 아닙니다. 약물 치료로 조절이 안 되거나 구조적인 이상이 확실할 때, 그리고 환자분의 생활에 불편함이 클 때 수술을 권하게 됩니다.
q. 비염 환자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관리법은 무엇인가요?
비염은 약도 중요하지만 생활 습관이 치료만큼이나 큰 영향을 줍니다. 제가 환자분들께 자주 말씀드리는 비염 관리 꿀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실내 습도 관리입니다. 너무 건조하면 코 점막이 자극받기 쉬워서 증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가습기나 젖은 수건, 또는 코 전용 수분 스프레이도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는 이불·베개·커튼 세탁을 자주 하는 것입니다. 특히 집 먼지 진드기에 민감한 분들은 매주 한 번씩 뜨거운 물로 침구류 세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훨씬 나아질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코 세척입니다. 비염 환자분들께 제가 정말 강력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생리식염수를 이용한 코 세척은 코안에 있는 먼지, 알레르기 물질, 염증 물질을 씻어내는 효과가 있어서 코막힘도 줄어들고 재채기도 줄일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찬 공기 피하기입니다. 갑자기 찬 공기를 마시면 코 점막이 자극되면서 재채기, 콧물이 바로 나올 수 있거든요. 특히 겨울철 외출 시엔 목도리나 마스크를 꼭 챙기시고, 여름철에는 에어컨 바람을 너무 가까이서 쐬는 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코 막힘이 심할 때는 따뜻한 수건으로 코 주위를 찜질해 주는 것도 일시적으로 혈류를 늘려서 코가 뚫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q. 축농증은 왜 생기나요?
축농증의 원인은 꽤 다양한데요, 크게 나눠 보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감기나 비염이 오래가거나 제대로 낫지 않았을 때입니다. 보통 감기 걸리고 나서 콧물이나 코막힘이 2주 이상 계속되면 부비동 안에 염증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축농증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코 구조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비중격 만곡증처럼 코가 한쪽으로 휘어 있거나 코안의 환기나 배출이 잘 안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 염증이나 콧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여서 축농증이 생길 수 있어요.
세 번째는 알레르기 비염 같은 만성적인 염증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입니다. 비염이 자주 반복되면 코안이 붓고 분비물이 많아지면서 결국 축농증으로 이어지기가 쉬워요.
그리고 드물지만 치아 감염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위 어금니에 염증이 있으면 바로 위에 있는 부비동으로 염증이 퍼질 수 있습니다.
q. 축농증은 어떻게 치료하나요?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언제인가요?
축농증 치료는 정확한 진단과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초기나 급성 축농증의 경우에는 항생제, 스테로이드 스프레이, 소염제, 점액 용해제 등을 사용해서 염증을 가라앉히고 고름이 빠져나가게 도와주는 치료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코 세척도 함께 꾸준히 하면 훨씬 효과가 좋죠.
하지만 약물 치료를 몇 주 이상 했는데도 증상이 계속되거나 재발하는 경우, 부비동 안에 물혹이 생긴 경우, ct나 내시경 검사에서 심한 염증이나 구조적 문제가 확인된 경우, 곰팡이성 축농증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하게 됩니다.
이때 시행하는 수술이 바로 '기능적 내시경 부비동 수술(fess)'입니다. 이 수술은 코안으로 내시경을 넣어서 부비동의 염증을 제거하고 환기 통로를 열어주는 정밀 수술이에요. 절개가 없고 회복도 빠른 편이라 요즘은 부담 없이 받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수술은 환자의 상태와 영상 검사 결과를 충분히 보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축농증이 의심될 땐 꼭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비염이나 축농증을 방치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많은 분들이 "그냥 코 막히는 거니까 좀 참고 살면 되지" 하고 생각하시죠. 그런데 사실 비염이나 축농증은 단순 불편함을 넘어서 만성화되거나 주변 기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입니다.
먼저 비염을 방치하면 수면장애, 집중력 저하는 물론이고 아이들의 경우엔 학습 능력 저하나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비염이 심하면 입으로 숨을 쉬게 되고, 그게 구강 구조나 얼굴형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축농증을 방치했을 때는 조금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염증이 눈이나 뇌 주변으로 퍼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부비동은 눈이나 뇌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심한 경우 안와염, 뇌수막염 같은 합병증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물론 흔한 일은 아니지만, 치료를 오래 미루거나 면역력이 약한 분들에겐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만성 기침이나 후비루 증후군입니다. 목뒤로 콧물이 넘어가서 생기는 인후두 자극이 지속적인 인후통, 쉰 목소리, 심지어 만성 후두염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코 질환도 치료 시기를 놓치면 전신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가볍게 넘기지 마시고 증상이 반복된다면 꼭 병원에 들러보시길 추천드립니다.
q. 비염이나 축농증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영양제나 생활 습관은 없을까요?
비염이나 축농증이 있는 분들은 면역력 관리와 코 점막 건강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도움 되는 영양제는 비타민d, 아연, 유산균 등이 있습니다.
비타민d는 면역 조절에 도움을 줘서 알레르기 반응을 줄이고 감염에 대한 저항력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아연은 코 점막과 호흡기 점막의 재생과 염증 완화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입니다. 특히 감기 예방에도 좋고 코 질환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이 많습니다. 마지막 유산균인데요, 장 건강과 면역이 연결되어 있어서 특히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분들에게는 유산균 섭취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중요한 건 생활 습관인데요. 아무리 좋은 영양제를 먹어도 코를 깨끗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꾸준한 코 세척, 실내 습도 조절, 집 먼지와 곰팡이 관리. 이 세 가지만 잘 지켜도 증상 악화나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